중국의 '토큰 이코노미' 선언...알리바바 토큰허브로 AI 인프라 재편
중국이 '토큰 이코노미' 전략으로 AI 시장 재편에 나선다. 알리바바가 AI 부서 5개를 통합한 '토큰허브'를 출범시키며 토큰 생성·유통·활용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구성했다. 중국은 매일 140조 개의 토큰을 처리하며 저가 오픈소스 모델(Qwen)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다만 막대한 자본 지출, 미국의 칩 수출 통제, 글로벌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경쟁과 미국의 프리미엄 모델 사이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토큰 이코노미' 선언...알리바바 토큰허브로 AI 인프라 재편
중국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통화로 '토큰'을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3월 중국 국가데이터관리국(NDA) 류리훙 국장이 국무원 기자회견에서 '토큰'을 의미하는 공식 중국어 용어 '사이위안'(词元, 문자 화폐)을 발표하면서 "토큰은 기술 공급과 상업적 수요를 연결하는 결제 단위"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용어 정의가 아닌,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한 저비용·고효율의 AI 모델 보급에 나설 것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매일 140조 토큰 처리...중국의 폭발적 성장
중국 국가데이터관리국이 공개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중국은 현재 하루에 140조 개의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 이는 2024년 초 100억 개에서 불과 16개월 만에 14,000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의 일일 토큰 소비량은 2025년 말 100조 개에서 40조 개 증가했다.
중국 AI 모델들의 벤치마크 성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OpenRouter 같은 인기 AI 모델 마켓플레이스에서 중국 모델들이 미국 모델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의 Qwen, 문샷AI의 Kimi K2.5, 중국 국방기술대학의 GLM-5.1 등이 추론과 코딩, 수학 벤치마크에서 미국 모델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특히 OpenClaw 같은 중국 AI 에이전트의 바이럴 성공이 중국 내 토큰 소비 폭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알리바바의 '토큰허브' 전략...5개 부서 통합
중국 정부의 토큰 이코노미 선언을 주도한 기업은 알리바바다. 지난 3월 알리바바는 전사 AI 운영을 통째로 재편하며 '알리바바 토큰허브(ATH)'를 출범시켰다. 통이(通义) 연구소(기초 모델 연구 부서), Qwen, 엔터프라이즈 AI 부서 우공(悟空)을 포함한 5개의 별도 부서를 통합한 것이다.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 에디 우는 이 통합 발표 편지에서 "ATH는 하나의 조직 미션으로 구축됐다: 토큰을 생성하고, 토큰을 전달하고, 토큰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내부 조직 개편이 아니라, 알리바바가 향후 모든 사업의 중심을 AI 토큰 생성 및 유통에 두겠다는 선언이다.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메타도 Qwen 채택
알리바바의 Qwen 모델은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저렴한 가격과 쉬운 접근성을 무기로 동남아, 중동, 서구권까지 개발자들을 확보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메타가 최근 공개한 음성·비디오 모델 'Muse Spark'가 Qwen을 기반으로 학습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빅테크까지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에 의존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바이트댄스의 AI 챗봇 '더우바오(豆包)'는 올해 2월 설 연휴 기간 1억 명의 일일 활성 사용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중국 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AI 앱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전략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타트업의 IPO 열풍...고막대한 손실 감수
중국의 AI 스타트업들도 자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피AI(知谱AI)는 홍콩 상장 후 초기 가격 대비 570% 이상 상승했으며, 미니맥스도 470% 이상 상승했다. 홍콩 IPO 시장이 중국 AI 기업들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물량을 기록한 배경이다.
다만 수익성은 여전히 먼 목표다. 제피AI는 2025년 7억2,400만 위안(약 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손실은 47억 위안(약 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미니맥스도 7,900만달러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2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제피AI의 R&D 지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미국과의 격차...칩 독립화 시작했지만 여전히 먼 길
중국 기업들의 앞선 토큰 생성 능력도 근본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최첨단 AI 칩 조달이 제한된 중국은 화웨이의 자체 설계 칩이나 해외 데이터센터, 또는 회색 시장을 통한 미국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지난 4월 8일 알리바바는 자체 설계한 '전무(芯武)' 칩으로만 구동되는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공개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자주권 확보 움직임이지만, 생산 수율과 성능은 여전히 미국 공급망에 한참 뒤처져 있는 상태다.
자본 조달 측면에서도 격차가 뚜렷하다. 문샷AI는 180억달러의 가치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국 기반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반면 앤쓰로픽은 지난 2월 3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GIC·코튜·파운더스펀드·ICONIQ 같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막대한 자본 지출의 수익성 문제
중국 기업들의 토큰 이코노미 추진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이다. 알리바바는 2025년 **123억 위안(약 17억달러)**의 자본지출(CapEx)을 했고, 이는 순이익을 66% 감소시켰다. 텐센트의 자본지출은 79억 위안(약 11억6,000만달러)에 달했으며, 바이트댄스는 23억달러의 AI 인프라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 기업들의 투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알파벳은 작년 94억달러, 메타는 75억달러의 자본지출을 했으며, 올해는 더 많은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결국 중국 기업들은 미국 경쟁사들 대비 더 적은 자본으로 더 높은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화 압박에 전략 변경...모델 가격 인상
이런 수익화 압박이 중국 기업들의 전략 변경을 주도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지스(Z.ai)는 최근 모델 일부를 비공개 형태로 먼저 출시했으며, 알리바바·지스·바이두 등은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저가 전략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토큰 이코노미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숏 드라마(짧은 형식 동영상) 산업에서 AI 도구로 제작된 드라마의 가격은 약 14,600달러(약 2,087만원)로 기존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이며, 제작 기간도 15~30일에서 5일 이내로 단축됐다. 2026년 1월 한 달간 중국 영상 플랫폼에 출시된 숏 드라마는 하루 평균 470개에 달했다.

소비자 신뢰도에서 미국을 압도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소비자들의 AI에 대한 신뢰도가 미국을 압도한다는 사실이다. 에델만의 2024년 10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응답자의 87%가 AI를 신뢰하는 반면, 미국은 32%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의 AI 에이전트 도입이 소비자 거부감 없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한국 시장의 의미...경쟁 심화 불가피
중국의 토큰 이코노미 움직임은 한국 AI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째, 저가 중국 모델의 국내 기업 도입 확대다. 중국 모델의 가격이 미국 모델 대비 약 6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스타트업과 중견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의 클로바 서비스 중단 선언도 이런 시장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둘째, AI 칩 자주권 문제의 심화다. 중국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미국과 중국의 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삼성전자·SK 하이닉스)도 이런 변화를 주시하며 AI 칩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셋째, AI 에이전트 상용화 시점의 앞당김이다. 중국에서 AI 에이전트 도입이 소비자 거부감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AI 에이전트 표준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기업들도 기술 표준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토큰 이코노미는 미국의 프리미엄 AI 모델과 다른 차원의 경쟁을 의미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찾지 못하면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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